일상이야기

배달의 민족 리뷰 게시중단 요청이 들어왔다.(feat. ㅎㄴㄷㄴ 돈카츠 ㄱㄹ점)

베아티 2024. 10. 24. 00:11

바로 요 며칠 동안 나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나는 자영업 하시는 분들과 배달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달의 민족이 생기기 전엔 식당에 전화로 주문할 때는 전화받으시는 사장님들보다 더 친절한 말투로 말하는 편이었다. 이분들이 있어서 내가 학원에서 저녁까지 일하면서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런 나의 신념을 흔들리게 만드는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 : 기대감을 안고 저녁주문

날씨도 쌀쌀해지고 오랜만에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저녁메뉴를 고민하던 중 머릿속에 '온메밀'이 떠올랐다. 여름에 냉메밀 먹는 걸 좋아하고, 예전에 종로 맛집에서 온메일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에서 온메밀을 검색해서 리뷰도 충분히 많고 별점도 높은 식당에서 주문하기로 결정함.

ㅎㄴㄷㄴ돈카츠-주문내역-온메밀-사이다

 

주문하고 수업하면서 배달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이 되었는데 주문했던 온메밀은 사실 국물이 조금 짰다. 그래도 다른 리뷰들은 돈카츠가 정말 맛있다고 하니 온메밀만 조금 짠가 보다 하고 같이 시킨 사이다 병뚜껑을 땄다. 

 

 

사건 전개 : 스프라이트가 이상하다.

사실 나는 병뚜껑을 진짜 못 딴다. 악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항상 병뚜껑 따다가 안 돼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탁한다. 지하철역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서 지나가는 분한테 뚜껑 좀 열어줄 수 있냐고 부탁한 적도 있음... 그런데 이번에 온메밀이랑 같이 주문한 스프라이트가 너무 쉽게 뚜껑이 열렸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며 컵에 스프라이트를 따라보니 음료에서 탄산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진짜 물 따르듯이 음료가 나왔다. 느낌이 좋지 않아 병을 살펴봤다.

유통기한-4달 지난-스프라이트

 

?!

 

위에 주문내역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나는 10월 21에 주문했다. 그리고 스프라이트 병에 표시되어 있는 날짜는 제조일자가 아니라 유통기한이다. 그렇다. 나는 유통기한이 4달이나 지난 제품을 받은 것이다. 온메밀이 맛있는 편도 아니었는데 사이다까지 이런 제품을 받아버리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에는 가게 전화번호가 나와있지 않을뿐더러 나는 저녁밥을 먹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리뷰만 남겼다.

 

 

유통기한-4달지난-스프라이트-별점-1점

원래 나는 리뷰를 남길 땐 5점을 남기거나 깜빡하고 리뷰를 남기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태어나서 리뷰 별점 1점을 처음임. 그래도 사장님께서 답변으로 사건의 경위와 앞으로 잘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만 해주신다면 괜찮았다. 진심 어린 사과 해주시고 리뷰삭제 요청 해주시면 삭제해 드릴 의향도 있었고, 환불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온메밀은 이미 먹은 상태니까. 그런데 이틀 후 진짜 화나는 상황이 벌어짐.

 

 

인내심의 위기 & 화남의 절정 : 앞뒤가 다른 사장님

리뷰 1점이다 보니 사장님이 댓글을 다셨다. 그런데 사장님이 내 리뷰를 제대로 읽어보시고 다신 댓글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탄산이 다 빠진 스프라이트도 문제는 맞지만, 제일 문제인 건 유통기한이 4달이나 지났다는 사실인데, 사장님이 이런 식으로 답변을 다셨다. 내가 쓴 리뷰의 취지는 '앞으로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잘 확인해 달라.'인데 음료자체로 나가기 때문에 확인할 수가 없다니. 제품에 유통기한 날짜가 쓰여있는데도 확인할 수 없다는 말인가? 사장님이 내 리뷰를 제대로 확인하신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게시중단 요청으로 인해 30일간 임시차단됐다는 알림까지 왔다. 아니 사실을 썼을 뿐인데 별점 1점이라는 이유로 게시물 차단이라니. 이 사장님 사과하실 생각이 없으시구나.

배민리뷰-게시중단-요청안내

 

더욱 화나는 건, 사장님의 앞뒤가 다른 행동이다. 앞에서는 죄송하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별점테러' '누가봐도 이건 좀 심한 리뷰'라니. 유통기한 4달이나 지난 제품을 보내서 별점 1점 달면 별점테러인가? 리뷰 단 나를 완전 바보로 아는 건지.... 이게 뭔가 싶어서 배민 고객센터에 전화해 봤다. 웬만해서는 진짜 화 안내는 ISFP인데 이번 건 진짜 빡침.

(ㄱㄹ동 사시는 분들 ㅎㄴㄷㄴ 돈카츠 드시지 마세요. 음료 유통기한도 확인 안 하는데 다른 재료들은 잘 확인하는지 모르겠네요.)

 

 

찜찜한 결말 : 배민의 리뷰는 믿을만한 걸까?

답변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사장님들이 리뷰게시 중단요청을 하면 배달의 민족 측에서는 무조건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게시중단 요청 비동의를 누르면 30일 후에 다시 게시된다. 다시 게시되면 삭제 불가능하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도 진상들이 많았으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앞뒤 확인도 안 하고 이런 요청을 무조건 받아주는 배달의 민족 시스템에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비동의를 누르면 한 달 후에 다시 게시가 된다는데, 그 한 달 동안 가게에서 유통기한 지났을지도 모를 음식을 받아야 하는 손님들에게는 어떤 피해가 갈지 모른다. 

 

 

심지어 자영업자 사장님들 커뮤니티에서는 '별점 1개 리뷰를 게시중단 조치하고 한 달 동안 좋은 리뷰로 밀어내면 된다.'는 식으로 서로 별점 1점 리뷰를 없애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별 이유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리뷰를 테러하는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실대로 적어도 시스템을 악용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배민 리뷰가 다 믿을 건 못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찾아보니 나만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니었다. 별점 3점을 남겨도 사장님의 게시중단 요청이 가능했다. 이렇게 되면 배민 시스템상 사장님들이 의도적으로 좋은 리뷰만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남은 리뷰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장님이 리뷰게시 중단 요청을 할 때, 무조건 바로 받아주는 게 아니라 2-3일 정도 시간을 두고 배민에서 리뷰내용 확인 후 게시를 임시중단할지 말지 결정해도 괜찮지 않을까?